줄거리
한국 예술 영화 대표 김희정 감독의 작품으로 제24회 전주 국제 영화제 폐막작이다. 어느 봄날 집에 있던 "명지"(박하선)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인 "도경"(전석호)을 잃은 그녀는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떠오르는 남편의 기억들로 힘들어한다. 체험학습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교사 도경과 중학생 "권지웅"(김정철) 이목숨을 잃은 것이다. 남겨진 자들은 이를 애도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슬픔과 고통을 견뎌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하루하루 무심하게도 시간은 흘러가고 죽은 자들의 환영이 불쑥 떠올라서 힘겨워하던 중 명지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는 사촌언니의 메일을 받고 빈집에서 얼마간 머무르기로 한다. 떠나기 전 시 아주버님이 찾아와 시어머님이 준 돈 봉투를 건넨다. 그렇게 폴란드로 간 것이다. 그곳에서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과 우연히 재회를 한다.
도경이 죽었단 사실을 모르는 현석에게 명지는 굳이 그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고 지난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묘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이다. 한편 부모 없이 동생과 살다가 지웅이 죽자 그 충격으로 오른쪽 몸에 마비가 온 "지은"(정민주)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누워만 있다. 친구 지웅의 절친 "해수"(문우진)는 그런 지은 곁을 맴돈다. "죽은 다음엔 뭐가 있을까?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라고 전화기 AI 기기 "시리"에게 묻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고 대답한다. 석현과 만난 명지는 도경의 죽음을 생각하며 명지의 마음은 쇼팽의 심장에 얽힌 이야기와 2차 세계대전 속 바르샤바 봉기일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명지는 시대를 거듭하는 세월 속에서도 잊히지 않고 존재에 위로를 받는 듯이 보였지만 명지가 눈물을 보이자, 물어보는 현석에게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고 위험으로 뛰어든 남편이 원망스럽기만 한 마음이 남았던 그녀는 현석에게 남편과 헤어졌다고만 얼렁뚱땅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선을 넘지 않고 친구로 남게 되지만 그녀는 일정을 당겨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명지는 기사가 바르샤바 봉기일이라며 1분 정도 멈춰 추모 행사를 보며 명지는 추모 장면이 오래 마음속에 남은 듯 보인다. 그리고 돌아와서 죽은 지용이 누나 지은이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명지는 오열한다. "지은은 꿈속에 동생이 찾아왔습니다. 아마 집을 떠난 지 100일쯤 됐나 봅니다.
동생이 자신에게 누가 잘 지내는지 보러 왔더군요, 키워줘서 고맙다고,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어라 그리고 "누나 사랑해"라고 말하고 갈 때 지은이도 "사랑해"라고 말한다.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동생을 보고 나서야 도경 선생님과 사모님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지금도 동생이 그리워요, 사모님은 선생님이 보고 싶으시죠. 그런 생각을 하면 드릴 말씀이 없어요. 이런 말은 이상하지만 감사하다는 인사드리고 싶어 편지를 씁니다.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단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물론 이기적이죠. 평생 감사드리며 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 그때 권도경 선생님이 우리 지웅이의 손을 잡아주신 마음에 대해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뿐 저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 혼자 계신다고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드세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명지는 편지를 다 읽고 한참 동안 흐느낀다. 명지는 차분히 노트북 앞에 앉아 폴란드 친구 현석에게 편지를 쓴다. 남편이 물에 빠진 자기 학생을 구하려고 물에 뛰었다가 돌아오지 못했어, 오늘 그 아이의 누나에게서 온 편지를 읽었어 나는 그 사람이 누군가를 삶에서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 것에 화가 나 있었어, 잠시라도 우리 생각을 안 했을까 그랬는데 처음 그곳에서 제자를 발견했을 그 사람이 그려졌어, 그 순간 남편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날 그곳에서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
그리고 그 사람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어 그 지웅이 누나 지은이는 나에게 밥을 꼭 챙겨 먹으라 하더라 그 아이는 얼마나 안 먹었으면 동생이 꿈에서까지 부탁했을까.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현석아 이메일은 보내지 못할 것 같아.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얘기해 줄게. 이제야 도경을 보내줄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재활을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병원 의사들의 속을 안타깝게 했던 지은이도 동생이 찾아오고부터 재활을 시작해서 비뚤비뚤 편지를 썼고 항상 그 옆을 지킨 동생 친구 해수 도움으로 재활을 계속하게 되었고, 해수는 자기 방식대로 친구 지웅을 마음에 품고 그의 보드를 간직하고 있고, 명지도 다시 살아갈 준비를 한다.
*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죽은 남편의 아내의 슬픔, 죽은 동생을 잃은 누나의 슬픔, 죽은 친구를 잃은 친구의 슬픔이 남겨진 사람들의 몫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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